게임처럼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신개념 '여행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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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최근 몇 년 간 열정적으로 입소문을 내는 미국 회사가 있다. 미국에서 체류 예정인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이용하라고 권할 정도다. 이 회사의 이름은 프라이스라인(Priceline). 인터넷 상에서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큰 나라인 미국에서 가끔씩 호텔을 이용해야 했던 필자는 항상 프라이스라인을 통해 예약했다. (미리 밝히지만 순전히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최근에도 필자는 미국에 1년 연수를 나가는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입에 침이 튀도록 프라이스라인을 추천했다. 필자는 물론이고 필자가 미국에서 알았던 지인들의 경험담까지 전했다.
그런데 필자는 집에 돌아와서 좀 억울했다. 프라이스라인이 필자에게 특별한 대접을 한 적도 없고, 필자가 누구인지도 모를텐데 왜 이렇게 이 회사를 선전하게 된 것일까? 프라이스라인의 서비스에 만족한 게 첫째 이유겠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았다.
아, 그렇다! 필자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무릎을 쳤다. 프라이스라인의 호텔 예약 서비스는 마치 '게임'과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를 좋아한다. 좀 더 스마트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물론 필자는 게임의 승자라고 할 수는 없다. 필자보다 프라이스라인을 훨씬 효과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 프라이스라인의 호텔 예약 서비스 중 필자가 이용한 것은 '비딩(bidding)' 방식이다. 필자가 2008년에 미국 워싱턴에서 호텔을 예약한 경험을 설명하면 이렇다. 1단계로 체크인, 체크아웃 날짜를 정했다. 2단계로 숙박하고 싶은 지역을 정했다. 여행하기 편하도록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인근 지역을 골랐다. 그런 다음 호텔 등급을 정했다. 당시 필자는 별 4개 호텔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가격을 기입했다. 필자가 입력한 비딩 가격은 1박에 45 달러 수준이었다. 아마 이 가격에 워싱턴의 중심지역에서 별 4개 호텔에 숙박할 수 있다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했다. 몇 초가 지나자 컴퓨터 화면에는 필자가 머물 호텔 이름과 주소가 떴다. 물론 프라이스라인의 비딩 서비스에도 단점은 있다. 호텔스닷컴 등 다른 호텔 예약 사이트와 달리 자신이 묵을 호텔 이름을 미리 알 수가 없다. 고객이 제시한 비딩 조건을 받아들이는 호텔에 반드시 돈을 내고 숙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저렴한 숙박비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았다. 최소한 돈이 궁했던 필자에게는 그랬다.
이런 프라이스라인의 비딩 방식은 라스베가스에서 필자가 경험했던 슬롯머신 게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슬롯머신은 핸들을 돌려 숫자가 맞으면 판돈보다 훨씬 큰 돈을 주는 일종의 도박 게임이다. 운 좋게 큰 돈이 걸리면 대박을 맞은 느낌이다. 프라이스라인에서도 필자가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제시한 비딩을 받아들인 호텔이 있으면 마치 큰 돈을 번 기분이 들었다.
필자가 프라이스라인이 게임처럼 느껴진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비딩의 성적표가 금방 나온다는 점이다. 애니팡 게임이 끝난 뒤 금새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필자의 경우, 프라이스라인 비딩의 성적은 항상 호텔스닷컴에서 확인했다. 호텔스닷컴에서 제시하는 숙박비의 50% 이하에서 비딩에 성공하면 높은 성적을 얻은 기분이었다. 반면 80% 이상이면 성적이 별로라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과 비딩 성적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게임의 요소다. 미국에서 필자의 지인들은 워싱턴,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 얼마의 가격으로 비딩에 성공했는지 정보를 교환했다. 남들보다 낮은 가격에 더 높은 등급의 호텔에서 숙박했을 경우에는 기분이 좋았다. 반대 경우에는 솔직히 씁쓸했다. 이는 필자의 젊은 시절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이기고 졌을 때의 기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조나 버거 미국 와튼스쿨 교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입소문을 내고 싶다면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필자에게는 프라이스라인이 정확히 그런 경우였다.
글 : 김인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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